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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종이책

dd의 우산

pinklime 2020. 1. 30. 23:47

비 오는 수요일

희망도서관에 갔다.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골랐다.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라서 성인소설은 많이 없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된 것 같은 서가에 황정은 작가님의 <dd의 우산>이 있길래 꺼내보았다. 2019년 화제작. 도서 사이트나 출판사 인스타에서 많이 보아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반가웠다. 바로 옆에는 최은영 작가님의 <내게 무해한 사람>과 정세랑 작가님의 <옥상에서 만나요>가 꽂혀있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두 작가님!

첫 몇 페이지는 잘 읽어지지 않았다. 요새 자주 그렇다. 집중을 못해서 그런가. 그렇지만 역시 작가의 글발로 금세 몰입이 되었다. dd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d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아리송했는데 사실 그건 또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살아 있었던 어떤 사람이 이제는 부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남길까.

 

"dd를 만난 이후로는 dd가 d의 신성한 것이 되었다. dd는 d에게 계속되어야 하는 말, 처음 만난 상태 그대로, 온전해야 하는 몸이었다. d는 dd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신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가진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으로도 인간은 서글퍼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d를 이따금 성가시게 했던 세계의 잡음들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행복해지자고 d는 생각했다. 더 행복해지자."

 

"이것을 이 상자에 넣었으므로 저쪽 상자엔 넣을 수 없지. 동시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사물은…… 이 상자에 있는 동시에 저 상자에 있을 수는 없다. 이제 여기 담겼으니 저쪽엔 없다. 여기에 있으면 저기엔 없지. 사물이 그렇지만 구두를 신던 사람은…… 인간은 사물과는 달라서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을 수 있다고…… 내가 언젠가 그와 같은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적어도 들은 적이…… 누군가가 없어져도 그를 기억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는 여기 없어도 여기 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냐? 사기를 치지 마라…… 인간은 너무도 사물과 같이…… 없으면 없어. 있지 않으면 없고 없으니 여기 없다......"

 

거의 d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소설. 모호하고 어려웠고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버거웠다. 버거운 이유는 사람의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서일까.. 읽고 나서 일상을 지내는 와중 문득문득 d가 생각이 난다. 어디선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음악을 들을 그가.